한국: 한(恨)의 귀신들
처녀귀신
결혼도 못 하고 억울한 한(원한)을 품고 죽은 여성의 넋이 된 귀신입니다. 대개 하얀 한복(상복)을 입고 길게 풀어헤친 검은 머리칼로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한국 공포물의 단골 소재이며, '한'이라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귀신으로 형상화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설악산의 여승 귀신
설악산에는 출가한 여승이 절에서 억울하게 죽은 뒤 귀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밤마다 절 근처에서 기도 소리와 흐느낌이 들린다고 합니다.
이 귀신은 불교적 원혼이면서도, 무속에서는 산신령의 영역을 침범한 원혼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제주도 – 해녀귀신
제주도에서는 바다에서 물질 중 익사한 해녀의 혼이 바다를 떠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특히 밤에 바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거나, 물속에서 손이 끌어당긴다는 경험담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강변의 수몰귀신 (물귀신)
서울 한강변에는 홍수나 사고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혼(물귀신)이 떠돈다는 전설이 많습니다.
특히 밤에 물가에서 이상한 그림자나 발소리를 들었다는 목격담이 있습니다.
일본: 원령(怨霊)과 도시전설
가사카베 온료(怨霊, 원령) & 유레(幽霊)
온료(원령)는 억울하게 죽은 자의 원한이 남아 생전에 해를 끼친 사람이나 사회 전체에 불행을 일으킨다고 믿어지는 존재입니다.
유레는 서양의 유령과 유사한 개념으로, 하얀 장례의상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일본 호러영화 '링', '주온' 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한시바사마(轍輪姫) & 오쿠리산(送りさん)
한시바사마는 "눈이 네 개인 여자"로 유명한 도시전설입니다. 유령이 운전자에게 "나 예쁘니?"라고 묻고, 대답하면 끔찍한 본모습을 보여주며 따라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쿠리산은 "너를 데려가라"는 뜻의 여성 유령으로, 밤길을 걸을 때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오지만, 뒤돌아보면 사라집니다. 집까지 따라와 "데려가라"는 말을 하면 그 사람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전설입니다.
중국: 강시(殭屍)
“팽팽한 시체”라는 뜻으로, 도교의 주술로 움직이게 된 시체입니다. 앞으로 뻗은 두 팔과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특징입니다.
청나라 관복을 입은 모습으로 유명하며, 홍콩 영화 《강시선생》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으로 그 이미지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서양: 고딕 소설과 민간 전설
흡혈귀: 뱀파이어
동유럽(특히 루마니아)의 민간전설에 기반합니다.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이를 문학적으로 재창조하여
세계적으로 퍼뜨렸습니다. 이후 무수한 영화, 드라마, 소설의 주인공이 되며 가장 세련되고 매력적인 괴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입니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의 오만함과 창조주의 책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 문학 고전입니다.
비운의 괴물 형상은 단순한 공포를 넘어 동정과 연민을 유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밴시(Banshee)
아일랜드 전설 속 여성 요정 귀신입니다. 집 근처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면 곧 가족 중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긴 머리와 하얀 옷을 입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라 로로나 (La Llorona)
“우는 여자”라는 뜻의 중남미 전설입니다. 자신의 아이들을 죽인 후 후회에 빠져 강에 몸을 던져 죽은 여성의 유령이 강가를 떠돌며 아이들을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중남미 전역에서 믿음처럼 전해지는 현실감 있는 전설입니다.
미국 – 블러디 메리(Bloody Mary)
거울 앞에서 "블러디 메리"를 세 번 외우면 나타난다고 하는 전설적인 귀신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많이 하는 "거울 놀이"에서 유래했으며, 실제로는 16세기 영국 여왕 메리 1세(피의 메리)의 잔혹한 이미지와 결부된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퍼졌습니다.
현대: 인터넷 괴담
슬렌더맨 (Slender Man)
2009년 인터넷 포럼에서 창작된 합성 사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키가 매우 크고, 팔다리가 가늘고 길며, 얼굴이 없고 검은 정장 차림의 존재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무수한 사용자들이 참여하여 설정(아이들을 유괴한다, 뒤에서 지켜본다 등)을 추가하며 급속도로 성장한, 처음부터 디지털로 탄생한 도시전설의 전형입니다.
결론: 공포, 문화를 비추는 거울
이처럼 각국의 귀신과 몬스터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그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족, 순결, 명예)와 두려워하는 것(억울한 죽음, 과학의 오만, 낯선 존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처녀귀신'이 '한'이라는 정서를 담고 있듯, 서양의 '뱀파이어'는 '유혹'과 '영생'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시대를 거쳐 영화, 소설, 게임 등으로 변주되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력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